미국의 인종차별

내가 유학을 갔던 1960년대 초에만 해도 미국의 인종차별은 심했다. 흑인은 물론 동양인들에 대한 차별도 심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을 더욱 무시했다. 그 이유는 한국이 가난하고 도둑이 들끓는 지저분한 나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많은 한국인 여자 유학생들은 자신이 일본에서 왔다고 속였다. 일본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양에서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미국에서도 일본의 경제발전에 항상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자연히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의 대우는 비교적 높았다. 동양에서의 가장 바닥인 한국 학생들은 너무나 못사는 한국을 원망하며 차별대우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일들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오늘의 미국은 인종차별이 많이 사라졌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에 관대한 나라 여러 인종이 서로 양보하며 조화롭게 사는 나라라고 평가 받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로 화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의 꾸준한 반인종차별 운동과 반인종차별 법안 등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는 노력 끝에 얻은 성공 덕분이다.

미국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끼리의 독특한 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아메리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법을 지키면서 질서 있게 사는 모습은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남미 계통 사람들의 계속되는 불법 이민들 없어지지 않는 뿌리 깊은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아직도 미국 사회의 뼈아픈 고통 중 하나다.

문제는 흑인에 대한 Perception(선입견 인식)이다. 이 선입견은 흑인들의 범죄률이 가장 높고 감옥에 구금되어 있는 죄수들 중 흑인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다는 등의 신문 보도를 보고 흑인을 만나면 범죄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좁은 골목에서 흑인 4~5명과 마주쳤을 때에는 공연히 섬뜩해지고 결국 피해가게 된다. 이를 보는 흑인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가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백인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흑인과 결혼하는 것을 결코 환영하지 않고 이를 막으려 애쓴다. 이는 동양사람인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법적인 인종차별은 거의 없어졌지만 사회적 차별은 아직도 여전하다.

성공한 흑인들은 백인 동네에 섞여 살면서 전혀 인종 차별을 느끼지 못하지만 뒤쳐진 흑인들은 교육시설도 부족하고 환경도 좋지 않은 흑인 지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몇 대를 흑인 촌에서 살면서 주류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해왔다. 이것을 게토 지역이라고 부르면서 백인들이나 심지어는 한국인들도 이런 동네에 가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꺼리는 흑인 동네의 소규모 편의점이나 주류판매점이 오히려 장사가 잘된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동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흑인 동네에서 장사를 한다. 그래서 폭동이 날 때 마다 한인상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역사상 가장 컸던 최악의 흑인폭동이 바로 1992년 4월 29일 LA에서 일어났다. 4.29 폭동은 흑인을 몽둥이로 때린 3명의 백인 경찰이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데 분개한 흑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폭동은 LA 남쪽 왓슨이라는 흑인 동네에서 시작돼 백인 동네인 북쪽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닥치는대로 파괴시켜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이들이 북상하는 길목에 교묘하게도 코리아타운이 위치해 있어 데모 행렬이 코리아타운을 뚫고 백인타운으로 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인들의 조직적이고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백인 동네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한인타운에서 좌절되고 말았다. 1만 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되어 폭동은 완전히 진압되었고 이 과정에서 58명이 사망하고 2100명이 구속되었으며 여기저기 방화.약탈이 수없이 많았고 마지막 결전을 벌였던 한인타운의 경제적인 손실도 무척 컸다.

이번 미주리주 퍼거슨 흑인 도시의 폭동은 그 규모가 훨씬 작았고 주지사의 신속한 비상사태 선포 통행금지령 급기야 주방위군 투입으로 폭동 확산은 없었고 한인상가 손실도 한 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히 법무장관을 현장에 파견하고 FBI를 동원해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이런 민첩한 대응으로 폭동은 안정되었다. 그 결과로 이제는 주방위군도 철수했고 평화를 되찾았다.

1992년 4.29 폭동 때와는 달리 미국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도 엄청난 속도로 향상되었고 백인들의 지지로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까지 된 지금 인종차별을 외치는 자체가 먹히지 않는다. 센서스에 의하면 2042년이면 미국 내 전체 백인의 비중은 50%에 못 미치는 소수민족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도 인종차별에 가장 관대한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역시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한국인이라고 멸시 받던 내가 미국의 최고기관인 의회의원을 3선까지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